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2020. 6. 19. 19:44책check, 북애프터문!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창비

 

#책check * 서평이라기 보다는 단상에 가깝습니다.

 

 

 

잠못드는 밤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책. 짧다고 듣긴했는데 정말 짧다^^;

 

읽으면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 페미니스트로 수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온 저자 조차 #여성성 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한것같다는 생각. 번역과정에서 편의상 여성성으로 옮긴건진 모르겠지만(원문을 읽진 않음..), 여성성이란 말 자체가 부여하는 젠더선입견에 대해 저자도 충분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텐데 대체할말이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에겐 언어가 많이 부족하니까.

어느 날 친구는 내게 상사가 회의에서 자신을 무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사가 그녀가 한 발언은 무시하더니 나중에 비슷한 말을 남자가 했을 때는 칭찬하더라는 겁니다. 그녀는 가만있지 않고 상사에게 따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회의가 끝난 뒤 화장실로 가서 울었고, 그뒤에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내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녀가 그 자리에서 나서서 말하지 않았던 것은 사나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억울함을 그냥 삼켰습니다.

다음으론 테드 강연을 다듬은 글이라 더 온순한 투인지 모르겠지만 참 상냥하다.

얼마전 책모임에서 한 구성원이 상냥하게 말해줄필요 없다, 왜 본인들은 그런적 없으면서 우리는 상냥하게 페미니즘을 설득해야하나, 하고 문제제기했어서 이 점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 구성원의 말도 동의가 되지만 이렇게 써놓으니 거부감 없이 잘 읽힌것도 사실.

남자고 여자고 젊고 아니고를 떠나서 누구에게나 편하게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이런 식의 글이 더 좋게 느껴지긴한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고 그렇게 보여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저자도 간혹 자신에게 체화된 젠더적인 역할기대에 부딪힐때가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별난’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나름 많이 부딪치곤 있지만, 여자니까, 여자로서, 여자는, 등의 틀에 스스로 가두기도 한다.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수치심을 가르칩니다. 다리를 오므리렴. 몸을 가리렴.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여자로 태어난 것부터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인 양 느끼게끔 만듭니다. 그런 여자아이들이 자라면, 자신에게 욕구가 있다는 말을 감히 꺼내지 못하는 여성이 됩니다. 스스로를 침묵시키는 여성이 됩니다. 자신의 진짜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여성이 됩니다. 가식을 예술로 승화시킨 여성이 됩니다. 

아직은 갈길이 먼데,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 피곤하고 지치기도 하고.

차라리 친웨 아주머니처럼 그냥 순응하며 미움 받지 않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물론 난 그러고 살긴 글렀지만.

페미니즘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뼈저리게 실감되는 요즘, 크게 머리를 울린 책은 아니지만 가볍게 환기가 됐다. 짧으니 다들 읽어보시길. 특히 남성들과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보길.


격공. 가부장제하에서 여자를 숨죽이다 못해 정말 질식사하게 만드는 말. 여자는 기 펴고 산적도 없는데 남자들 기 좀 죽는게 뭐 큰일이라고. 아직도 이 감성이 팔린다는 건 참 슬픈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