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세대│#1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2020. 6. 3. 15:32책check, 북애프터문!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문학과지성사

 

#책check * 서평이라기 보다는 단상에 가깝습니다.

 

북애프터문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잘 쓴 사회과학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책도 유익하고 재밌다. (깔깔X 술술O)

너무 재밌어서 회사에 있다가도 '빨리 가서 책 읽고싶다'고 안달이 났을정도. .

 

그 덕에 2-3일만에 349페이지의 책을 호로록 읽었던듯.

학자답게 말머리에 글을 쓴 의도가 명료하게 밝혀져 있다. 들어가며의 글을 반드시 정독할 것을 추천한다. 

이 두꺼운 한권의 책을 읽는데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들어가며에서 내가 기억한 부분은 총 세 부분.

저자가 유독 '세대'라는 키워드에 주목한 이유,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

그 말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 

주제와 제재를 친절히 짚어주었으니, 우린 이 부분에 집중해서 글을 읽어나가면 된다.

 

 

 

심지어는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주제를 서두에서 정리해줬다. 책은 길고 두껍지만, 우린 이 주제의 답만 따라가면 된다. 

본격적으로 1장을 시작해보자.


1장 386세대의 부상-권력의 세대교체

 

386세대란 80년대 학번으로 대학을 다닌, 60년대 출생세대가 30대였을때를 말한다.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공유한 직후 사회로 진출해서 슬슬 자리를 잡아가던 사람들. 요즘엔 586이라고 하던가.

대표적으로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두들겨 맞은 조국을 예로 들 수 있다.

정치인들을 잘 몰라서 더 생각이 안나긴하는데, 현직에 남아있거나 직전에 물러난 관리직급들은 상당수가 386세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다. 나는 전직장에서 386의 전형과 일을 했었는데, 그 사람에게서 느꼈던 생각이 정확하게 드러맞는 부분이었다. 명목상의 회의나 선거일지라도 그런 '형식'을 갖추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교육을 통해 사람이 계몽할 수 있다는 것. 나는 형식에 집착하는 것을 '회의주의'(본래의 의미와 달리 '회의'하는데 목숨건다고해서 내가 붙인말..)라 표현했는데 여기선 '민주주의의 게임 원리'에 맞췄다고 표현한다. 또한 그를 막연하게 낙관하게 만드는 게 '성공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집단적 믿음'이라고 표현한다.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정말 386이 갖는 특징은 소름돋게 똑같다는 게 씁쓸한 부분. 그 둘이 뭐가 그렇게 잘못이냐, 그게 나쁘냐, 고 벌써부터 반감 갖지 말고 좀만 더 읽어보자.

 

 

386세대와 그 바로 아랫세대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386세대가 선봉에서 정치권력을 장악할때, 그걸 실무로 받아안은 사람은 바로 다음세대들이었다. 그들은 386세대의 권력자가 자신과 같은 이해를 대변해주리라, 변화를 만들어내리라 믿으며 충실히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그들이 대변하는 게 '공동의 이해'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라는 것, 기득권이 된 이상 그들은 더이상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현실뿐이었다. 

 

30대 이하 당선자수의 그래프는 이제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그에반해 50대 당선자의 그래프는 16대 이후 계속해서 증가한다. 고령화시대여서일까? 하지만 40대도 점점 줄어드는데? 국회가 5,60대 이상의 잔치가 된다면, 정치는 점점더 우리와 멀어지지 않을까.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민주화를 했는데, 권력의 재분배가 균등하게 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힘빠지는 부분이다. 이런 사실들을 학습한 우리 세대가 사회변화에 대해 회의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너무 합리적이고 말이다. 그럼 그들이 만든 '변화'는 도대체 뭐였냔말인가. 

또한 권력의 중심부가 되기 전 386이 각종 시민단체 등을 통해 입지를 확보하고 사회운동의 동력이었으니, 그들이 하나둘 중앙정치권으로(국회, 행정부 등) 발을 들이면서 급격하게 공백이 발생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아는 386은 내 한 몸 불살라!를 외치는 헌신주의자들이라, 후임을 양성하는 일엔 서툴렀다. 그냥 열심히 싸우니 민주화도, 권력도 쟁취되었을뿐이다. 그러니 아랫사람들에겐 '열심히하면 다 돼, 안해서 그렇지!'라는 꼰대식 주입교육만 할수밖에. 그들의 아랫세대는 그들의 자원을 공유받지 못한채, 그저 개인의 역량껏 성장해야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몇몇은 '나 혼자 컸다'는 생각에 또 후임양성에 뜻을 두지 않고, 절벽에서 밀줄만 안다. 그렇게 대물림, 대물림.

아직 1장이지만 벌서 이 책 부제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의 범인은 윤곽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더 할 얘기가 있다고? 아직 무궁무진하다. 꿀잼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