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추천│ 혼자 짱박혀 보기 좋은 영화 10

2020. 7. 19. 19:45일상check, 북애프터문!

집순이인데다, 주의력이 산만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을 싫어한달까. 영화관에서 진동하는 캬라멜 팝콘냄새가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옆 사람이 팝콘 씹는 소리, 음료스를 쭈와압 빨아들이는 소리, 수근대는 소리들에 집중력을 잃기도 하고. 무엇보다 큰 스크린을 좁은 자리에 갇혀 보다보면 몸이 찌뿌둥하다. 그럼에도 종종 영화관에 가긴 하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니면(어벤저스라던가..) 기다렸다 넷플릭스로 보는 일이 많다. 개인적으론 넷플릭스에 취향이 맞는 영화들이 많이 올라와서 행복.

가끔은 맥주 한 잔과 함께, 가끔은 커피 한 잔과 함께 봤던 영화들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정리해보려 한다. 아무래도 평점이 괜찮은 영화들 위주로 찾아봐서인지 최근에 봤던 영화는 다 추천! 

한줄 요약평
총평: 결혼이야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무조건 봐주세요!!!! 
* 배치 순서는 선호와 무관합니다. 그냥 갤러리에 저장된 순서;;

1. 업: 인생은 모험이다.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것들이 정작 지켜내야할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2. 결혼이야기: 애증이 공존하는 부부사이의 감정을 세밀하게 잘 표현한 영화. 눈물 줄줄. 
3. 모노노케 히메: 자연과 인간. 인간의 욕심이 몰고 오는 대재앙. 알고보면 대작. 나처럼 잘 모르고 보면 히어로물. 
4. 윤희에게: 엄마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좇아가는 영화. 담담하고 아픈 영화.
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 기준 지브리 최대 명작. 
6. 비포 선라이즈: 설렘폭발주의. 연애세포 심폐소생 영화. 여주한테 반하는 건 정해진 수순.  
7. 노팅힐: 약간 고구마지만 달달함. 언젠가 그 서점 한 번 가보고 싶게 만듦. 
8. 플로리다 프로젝트: 유쾌하고 천진한 아이들과 낙관하기 힘든 상황들이 대비되어 더 극적으로 맴찢하는 영화. 
9. 하울의 움직이는 성: 눈이 즐겁다. 생각보다 단순한 메세지.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10. 버드박스: 무서움. 흥미진진.

 

1. 업  피트 닥터  | 미국, 전체관람가, 101분

까칠한 할아버지 칼과 불청객 러셀의 모험이야기. 칼은 죽은 부인의 소원대로 집을 남미의 한 폭포 위로 옮기려 집에 수많은 풍선을 달고 모험을 한다. 어쩌다 동행하게 된 러셀도 함께. 폭포로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우여곡절을 함께 헤쳐나가는 이야기. 서사는 꽤나 흔하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그리 유치하지 않다. 집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칼을 보면서는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무언가를 지켜내려 아등바등하는 우리의 모습이 보여 애잔하고, 천진하게 눈 앞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려는 러셀을 보면서는 조금 용기가 나기도 한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추천하는 영화. 가족이 함께 모여 보기 좋은 영화. 

2. 결혼이야기 | 노아 바움백 | 미국, 15세 이상 관람가, 150분


애증이 공존하는 부부사이의 감정을 세밀하게 잘 표현한 영화. 눈물 줄줄. 이혼을 결정하고서야 결혼생활동안 자신에게 속하지 않았다(I DIDN'T BELONG TO MYSELF.)고 말하는 니콜과, "넌 항상 너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YOU ALWAYS HAVE TO HAVE YOUR OWN VOICE)"고 쉽게 말하는 찰리. 찰리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왔던 니콜에게 찰리는 말한다.  "니가 이 삶을 선택한걸 우린 알고 있잖아. 너도 그러지 않기 전엔 이걸 원했잖아.(YOU AND I BOTH KNOW YOU CHOSE THIS LIFE. YOU WANTED IT UNTIL YOU DIDN'T)" 니콜과 찰리는 이런 삶을 선택했고, 둘 다 그걸 알고 있었다는 찰리의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니콜은 언젠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며 견뎌왔던 것이고, 찰리에게 니콜의 기대는 기억조차 희미한 가벼운 약속이었을 뿐이다. 서구권에서 조차 결혼으로 포기하는 것이 많은 쪽은 여전히 여성이다. 야망있고 실력있는 남편과, 그에 대한 지원을 위해 자신이 원치 않는 역할까지도 성실히 해내는 아내. 언제나 너무 잘해서, 뭐든지 잘해서 손해보는건 여자쪽이라는 건 참 마음 아픈일.. 아무튼 이혼을 앞둔 부부의 감정선을 너무도 잘 그려낸 영화. 정말 추천하는 영화인데 다음영화 평점 왜 8점도 안되는걸까; 전혀 진부하지 않다ㅠ 꼭 봐주라....(애원)

3. 모노노케 히메  | 미야자키 하야오 | 일본, 전체관람가, 150분

한국어로는 원령공주. 원한

숲과 산을 짓밟아 터전을 넓히려는 인간들과 그들의 야욕에 분노의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를 비롯한 대자연과의 처절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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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해치는 인간, 멧돼지신으로 그려진 자연의 분노, 자연을 지키기 위한 원령공주. 어떻게보면 전형적인 영웅서사의 플롯 그대로다. 인간의 욕심이 몰고 오는 대재앙. 미야자키 하야오답게 간결한 메세지를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냈다. 자연을 해치면, 언젠가 인간에게 돌아온다. 원래 알고도 재밌는게 더 대단한거 아니던가. 뻔하지만 fun한(90년대식 말장난) 영화. 

4. 윤희에게  | 임대형 | 한국, 12세 이상 관람가, 105분

다시 날 가슴 뛰게 만든 그 말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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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는 물음은 거의 20년 가까이를 지나 겨우 윤희에게 도달했다. 윤희에게 편지를 쓴 사람은 오랜 시간 윤희를 담아둔 채 살아가지만, 수 없이 많은 편지를 부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차마 편지를 부치지는 못한 채다. 보다못한 고모가 편지를 몰래 부친다. 그걸 본 딸 또한 편지를 숨긴 채 편지의 발신지로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한다. 고모와 딸이 맺어준 재회. 영화는 끝내 상세한 내막을 꺼내보이지는 않지만, 현재시점의 장면들로도 그 시절의 감정과 끝내 누구도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한 시간들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MSG 하나 없는 잔잔하고 담백하기만 한 영화. 보고나면 마음이 조금 아릴지도 모르겠다. 

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미야자키 하야오 | 일본, 전체관람가, 126분

내 기준 지브리 최대 명작. 친구 딸을 위한 애니메이션답게 동화스러운 전개. 물질만능주의, 탐욕, 버블 이후 세대의 무게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다루지 않는 점이 아쉬우면서 다행. 부모를 구하기 위해 온천에서 일을 하며 고난을 해쳐나가는 평범한 플롯이지만, 감독 특유의 상징적인 장면들이 한층 영화를 풍부하게 한다. 전체관람가여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어린아이들 보단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청소년들이 보기 더 좋지 않을까 싶다. 

6. 비포 선라이즈  | 리처드 링클레이터 | 미국, 15세 이상 관람가, 100분

워낙에 유명한 로맨스영화다보니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미리 주의할 점을 말해보자면 '설렘폭발주의'. 보는 내내 심장이 찌릿찌릿하다. 혹시 요즘 연애욕구가 사라져 인생이 무미건조해졌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추천. 본격 연애세포 심폐소생 영화. 성별과 무관하게 영화를 보고나면 여주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노스트라다무스급 예언)

7. 노팅 힐로저 미첼 | 영국, 12세 이상 관람가, 124분

굳이 비포~와 둘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 비포 선라이즈. 비포선라이즈는 그냥 일단 본다고 생각하고, 깨어난 연애세포를 좀 더 달구고 싶다면 노팅 힐도 추천. 노팅 힐도 달달하고 고전적인 로맨스 영화지만, 약간 고구마... 가끔 화딱지 나지만, 줄리아 로버츠에 반하다보면 러닝타임 훅 가기때문에 킬링타임용으로 추천. 영화포스터도 아니고 그냥 줄리아로버츠 사진을 생으로 가져온 것은 우연이 아님 ;;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점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 

8. 플로리다 프로젝트션 베이커 | 미국, 15세 이상 관람가, 111분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를 건설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계획에 붙인 가칭이다. ‘프로젝트(project)’라는 단어는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1971년 ‘매직 킹덤’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개장한 이후 현재까지 성업하고 있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주변에는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쓰이고 있는 모텔들이 즐비하다. 관광객을 위해 지어졌을 모텔에는 주(week) 단위로 투숙하는 소위 ‘숨은 홈리스(Hidden Homeless)’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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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블로그 'eat pray love'

흑. 유쾌하고 천진한 아이들과 라일락빛 사랑스러운 모텔의 외관 페인트색, 무지개... 그리고 낙관하기 힘든 매직캐슬 주민들, 특히 아이들의 상황이 대비되어 더 극적으로 맴찢하는 영화. 아프도록 아름답다는게 이런걸까...(급 42갬성) 제목에서부터 의미심장한 이 영화는, 대놓고 '아름다워서 더 슬프도록' 만들어버린다. 이런 색감, 이런 아이들로 이런 스토리 하기 있음?ㅠ 잔인한 쉐뤔....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답 보다는 질문을 주는 영화. 미국식 자본주의가 뼈아프게 다가오지만, 우린 얼마나 더 나은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이 아이들에게 우린 매직캐슬이 아닌 디즈니월드를 선물할 수 있을까? 

9. 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하야오  | 일본, 전체 관람가, 119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제작될 당시, 아무리 할머니로 변했다고 하지만 여주인공인만큼 아름다워야 한다는 여론이 분분했다. 그러나 ‘여성을 ‘예쁘다’ 또는 ‘귀엽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그녀의 나이가 아니라 그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소피’는 90세의 백발과 주름을 갖게 되었다. 소피는 마법에 걸린 ‘소녀 할머니’인만큼 영화의 장면마다, 분위기와 주인공의 마음에 따라 30대가 되기도, 50대가 되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변화한다. 애니메이터들이 그 이유를 묻자 “인간은 원래 마음가짐에 따라 90살의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50세의 아줌마가 되기도 한다.”라고 답변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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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회전목마'라는 영화 속 OST로도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아무래도 감독의 명성과 영화 자체의 흥행 덕분에 많은 평론이 쏟아졌는데, 사람들의 추측과 달리 감독은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평소 그의 정치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상의 메세지를 기대할 것이고,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더라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단면적으로 만드는 감독은 아니라서.. 보여지는 너머의 감독의 진의를 추측해보는 게 아무래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보는 큰 재미이기도 하니, 저마다의 해석으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채워보시길. 그치만 아무래도 화려한 영상미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전달되는 주제는 '나이'가 아닐까. 갑작스레 노인이 되어버린 소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는 동화적인 메세지 하나는 명확하게 담아낸 영화다.

10. 버드박스  수사네 비르  | 미국, 12세 이상 관람가, 124분

전염병을 다룬 영화다보니 코로나19 시국에 인기가 많아졌나보다. 넷플릭스에서 자꾸 추천을 하길래;; 마지못해 봤다.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킬링타임용 영화. 진짜 무섭고(원래 겁 많음 주의) 흥미로워서 2시간 순삭이다. 여름이고하니 오싹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