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 함께│#2 "판단과 선택, 그러니까 정치의 문제다"

2020. 7. 15. 12:00책check, 북애프터문!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1

오래도록 싸우고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투쟁과 연대의 기록

여기, 우리, 함께

희정 │ 갈마바람

 

#책check * 서평이라기 보다는 단상에 가깝습니다.

총평: ★

 

 

 

농성: 특정한 장소에서 머물며 요구를 하는 행동
오체투지: 불교의 예법 중 하나로, 두 팔꿈치, 두 무릎, 머리를 땅에 붙이고 자신의 낮춘다는 의미로 행한다. 절박함을 나타내기 위한 투쟁의 방식으로 많이 활용된다. 

그렇다고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결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책임질 무게에 따라, 저마다의 역할에 따라 또 다른 결이 만들어진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사실상 결을 하나 더 만드는 일에 가깝다. 여성노동자들은 가사일을 등한시하면, '집안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요구와 부딪치고, 그렇다고 투쟁을 등한시하면, '이래서 여자는 안돼'라는 냉담한 시선과 부딪친다. 함께 싸우지만, 더 많이 싸워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우리의 삶과 그리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몰라도 잘만 사는 이야기일 수 있다. 아무리 관심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남의 얘기라고만 느껴지면 이 책이 재밌진 않았을 것 같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이 비단 특정 인물들의 서사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고, 이 책을 내가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이 책의 말대로라면 이 책은 상당히 정치적이다. 몰라도 될 일을, 알아야 할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 없이 만나는 선택의 순간들을 통해 삶을 정치한다. 어떤 기사를 보고, 어떤 노래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럼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린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의 정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아니 달라질까? 

 

 

저자가 가져온 문장이 공감이 가서 가져왔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건 공정하지 못하고, 시험을 통해야만 공정해진다는 사회. 시험이 만능의 객관적인 지표라 생각하는 사회. 결국 시험도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절대 무결한 기준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왜 열심히 일해왔다는 사실이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는 걸까? 사람들의 정의의 기준에 회의가 들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 조금 이해가 갔다. (공감x)

 

 

괜찮지 않을 때, 내가 잘 지내는 건지 모르겠을 때, 잘 지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잘 지내지?"라는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막힌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잘 못 지낸다고 해야할까. 왜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지. 아니, 그 대답이 궁금해서 묻는 건 맞을까. 예의상 건낸 잘 지내냐는 가벼운 물음에 혼자 무거워져 수심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기분. 희정작가가 너무 잘 표현해줘서 뜨끔했다. 내가 잘 지내지 못하는 걸 알아주는 사람들, 가볍게 잘 지내냐 묻지 않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내가 지금껏 혼자가 되지 않은 거였구나.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혼자가 되지 않도록, 가벼운 물음으로 수면 아래로 떠밀지 않도록 좀 더 깊이 들여다 봐야겠다. 

이 책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작가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진행중인 책모임에서 초청했던 것인데, 북콘서트?는 좀 과하고, 북토크 정도였다. 서로 공감한 문장과 이유를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자리였다. 이미 책에도 수 많은 삶이 담겨있는데, 이걸 읽은 사람들의 삶까지 겹쳐지니 작은 책 한권이 세상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조각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붙이니, 새로운 책 한권이 또 탄생한다. 작가와의 자리처럼, 이 책 또한 세상의 조각보 같은 책이다. 그 사이사이 내 이야기를 기워넣고, 내 이야기로 바꿔 붙이면서 읽으면 더욱 풍성하게 읽힐듯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