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2020. 9. 3. 19:50책check, 북애프터문!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6인 │문학동네

#책check * 서평이라기 보다는 단상에 가깝습니다. 리뷰가 너무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

총평: ★★ 

내 이야기이면서 당신의 이야기다. 책 한 권으로 우주의 맛을 느껴보시길!

목차:

대상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_007

김희선 공의 기원 _109

백수린 시간의 궤적 _151

넌 쉽게 말했지만 _193

우리들 _235

데이 포 나이트 _277

이미상 하긴 _315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심사 경위 _363

심사평 _367

문학동네에서 출판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처음 만난게 2019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고나서 앞으로 매년사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발행일로 1년 간은 5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게다가 친절하게 작품과 작품해설, 심사평까지 수록해주니 좋은 작품 떠먹여드림 수준 아닌가! 주변 지인들에게도 정말 많이 추천했던 책. 이제 13000원에 판매되고 있어 괜히 아쉬우니 중고나 대여를 이용하시고... 올해부터는 타이밍 놓치지 말고 사시기를! 

지극히 이상을 꿈꾸는 상반된 "자기"와 "엄마".

자기는 자주민족을 실현하기위해 유치장 신세를 수십시간 지기도 한, 학생 운동권 출신 게이다. 자기는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조차 밝히지 못하고, 그런 정체성을 유희거리 삼는 "형들이"면서 "선배"인 "계속 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잡아끈 "나"를 타박한다. 그들에게 화를 내기는 커녕, 그저 동성애를 미제 악습이라 말하는 "민족의 진로"를 즐겨찾기하며 수치심을 곱씹는다.

엄마는 기독교적 정상 가족을 꿈꾸며 성경 구절을 적어 정신병원에 실려가는 아들에게 쥐어주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다. 멀쩡한 아들을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가두고 정작 본인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말도 귓등으로 듣는 엄마는 신의 입에서 아들에게 할 말을 빌린다. "레위기 20장. 반드시 죽여야 하는 죄: 13절, 누구든지 여인과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양극단의 인물들이 사실은 너무도 닮은 데칼코마니다. 미제니 철학이니 떠드는 그 담대한 사람도, 그렇게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도 "남 부끄러운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민족주의자인 자기는 "남자 둘이 파스타" 먹는 걸 끝끝내 거부하며, 나를 교정하려 한다. 엄마는 결혼정보회사의 우수한 컨설턴트지만 아빠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아들은 동성애로 정신병원에 넣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해설자 김건형의 표현처럼 "자기혐오"의 표본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믿는 둘은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연극배우"처럼 끊임없이 "전시"한다. 그 둘은 자신을 민족주의자로, 이성애주의자로 자꾸만 교정하려든다. 자기혐오의 발로다.

민족, 정상 가족, 사랑. 자기가 열망하던 민족, 엄마가 열망하던 정상 가족, 내가 열망하던 사랑은 너무도 비슷하다. 그 둘을 증오하던 "나"는 결국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러곤 자신의 성 "실패"를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자기혐오로 끝없이 빠져드는 그들과 달라지려, 자신을 지키려, 그들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나는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고 돌아서는 형의 뒷모습을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노려보고서도 5년이 지나도록 그 감정에서 못 헤어나온다. 하지만 노을을 보며 저무는 것은 아름구나 말하는 엄마의 등을 보면서 얼른 죽어버리길 바란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묻는 화자가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이다. 나의 사랑은 아름답다기보다 지독하고 또 지독하다. 놓아버리고 싶은 두 대상에 대한 그리움와 연민이 초 단위로 드나든다. 사랑의 모습까지도 잘 팔리게 포장해서 소비하는 세태에서 작가의 물음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말, 사랑은 아름다울까.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48가지로 분류했다지만, 실은 사랑만도 48가지의 사랑이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사람의 수만큼, 그 사람이 맺는 모든 관계의 수만큼 사랑의 형태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짧은 소설에 어떻게 이런 설정을 촘촘히 배치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글쟁이는 하늘이 점지해주는걸까. 후루룩 읽혀서 후루룩 읽다보면 놓치는 게 너무도 많다. 해설을 읽고 다시보고 다시보면서, 볼때마다 다시금 놀란다. '단편短篇'소설인데 '단편斷片'적이지 않다. 뒤로 갈수록 무게를 더해서 후기가 좀 어두침침한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쫄깃"하다. 다 떠나서 정말 위트있고 재미있다!! 정말 강추하는 소설!! 

추신.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잘 읽힐듯!

<계속>